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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자부심 [Jealousy and Pride]"

Chosun Ilbo, March 2009

2007년 가족과 함께 뉴욕에서 도쿄로 이사했다. 남편이 좋은 자리를 제안받았고 내 다음 소설의 무대가 도쿄였기 때문에 참 괜찮은 조합이었다. 도쿄에서 살면서, 뭐랄까, 질투를 느꼈다. 관광지로서 도쿄의 글로벌 이미지가 탐났다. 우리 가족이 이사 온 뒤, 미국과 유럽에 사는 지인들 거의 모두가 우리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내 가족이 보고 싶은 게 아니다. 내 서양 친구들은 하라주쿠와 롯폰기, 교토, 오사카를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스시와 샤부샤부,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싶어 한다. 그들은 다도와 만화, 그리고 오래된 절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한다.

출판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말했다. "야, 도쿄에 살게 되어서 참 좋겠다. 정말 멋진 도시 아니니?"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일본에 와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일본의 최신 수출품, 즉 문화에서 얻은 것들이다. 그들은 책과 신문, 잡지에서 일본에 대해 읽고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일본을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에 다녀와 본 친구들로부터 일본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듣는 것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도쿄에 별을 흩뿌린 것 역시 나의 질투심을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일본만으로도 충분해! 나의 십계명 위반은 더 악화된다. 1년 반을 아시아에서 살면서 여행을 다닌 뒤 나는 태국,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를 시기하게 되었다. 아, 인도와 캄보디아, 베트남도 빼놓지 말아야지. 나는 노골적으로 분개한다. 왜 모든 서양 여행가들이 이 위대한 나라들을 찾는지 알기 때문이고, 한국을 방문할 생각은 왜 그리 안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이 매혹적이고 멋진 곳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또 다른 죽음에 이르는 죄, 식탐의 죄를 저지르게 만드는데 있어서 서울은 단연 일등이다. 맛있는 음식들과 멋진 식당이 수없이 많다. 지난달 나는 서울에 갔는데, 수많은 갤러리와 도자기 가게, 식당들 때문에 한 주 더 머물고 싶었다. 종로에서 맛본 순두부찌개와 파전, 그리고 이대 앞 분식점의 팥빙수는 정말 눈물 나게 맛있었다. 내가 만난 미국의 잡지 편집장들은 한국 음식이 미식가의 세계를 새롭게 견인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들은 나를 믿지만, 아직 아무도 비행기표를 예약하지는 않았다. 멋진 곳이 어디 그뿐인가? 제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한라산은 세계 최고의 하이킹 코스를 갖고 있다고 서양 친구들에게 열렬하게 선전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여행 잡지 편집장인 뉴욕의 내 친구는 점잖게 내게 말했다. "근데, 서양에서 누가 제주를 알아?" 그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몇 달 전 제주도에 갔다. 여행 중에 만난 서양인이라고는 러시아인 사업가 2명, 알바니아인 가수(그들은 호텔 바에 취업한 사람들이었다), 3명의 영어학원 교사가 전부였다. 이번 주 로이터는 아시아의 멋진 도시 12곳을 선정했는데, 내 고향인 서울이 12번째로 뽑혔다. 나는 질투와 자부심으로 온몸이 아팠다.

한국은 멋진 나라다. 그러나 경제력만으로는 치열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지적이고 예술적인 시민, 그리고 풍부한 문화유산이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끝내주는 현대미술과 건축, 음악, 패션, 영화를 생산하고 있는데, 왜 외국에서는 한국의 뛰어난 미술과 음악, 음식, 영화, 국보에 대해 잘 모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 여행과 관광에 대한 영어 웹사이트는 일류가 못된다. 영어로 된 여행안내서의 최신 업데이트도 거의 없다. 많은 서양 여행자들이 갖고 다니는 〈문〉은 2004년 판이, 〈론리플래닛〉은 2006년 판이 최신판이고 〈프로머스〉는 2008년에야 첫 판이 나왔다. 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인 서울에 대한 영어 여행안내서가 〈월페이퍼〉와 〈론리플래닛〉 두 권뿐이란 말인가? 더 한심한 것은, 이 책들 모두 영어책 서점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분석은 이렇다. 최고의 소설이라 해도 세련된 표지와 대량 판매, 놀라운 리뷰가 없으면 안 팔린다. 한국이라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는 대단한데, 표지나 리뷰는 손을 좀 봐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텔레비전과 자동차, 휴대폰을 만든다. 하지만 이제 다른 수출품이 필요하다. 빼어난 문화가 그것이다. 서울의 현대 미술 갤러리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들, 새벽 예불 소리가 아름다운 고찰들…. 문화야말로 한국이 지금 세계를 향해 알려야 할 최고의 수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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