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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아이는 게임 중독, 성형 중독일까 [Why Are Korean Children Addicted to Games and Plastic Surgery?]"

Chosun Ilbo, June 2010

한국이 가진 뛰어난 능력 가운데 하나가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돌풍 속에서 한국 기업이 보여주는 순발력과 경쟁력이 그 좋은 증거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경쟁하며 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다 이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들어가려고 한 영역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참 많이 지기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 본능은 경제 기적을 이룬 한국의 핵심 파워다. 하지만 경쟁 본능은 한국 최고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최악의 문제를 부르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기를 원한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경쟁의 궤도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 때문에 많은 한국 아이들이 진짜 삶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왜 한국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에 그렇게 중독되는가. 사이버공간에서는 그들 누구나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은 승리를 거둘 때마다 레벨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간다. 아이들은 자기가 기념비적인 성취를 이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왜 한국 아이들 중 절반이 연예계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가. 지금 당장 아무 노래방에나 가서, 황홀경에 빠진 채 마이크를 쥔 젊은 아가씨 얼굴을 보라. 노래가 끝나면 친구들이 박수를 쳐준다. 환호의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제주도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있는 캐나다 친구가 얼마 전 전해준 말이다. 자기가 가르치는 여자아이 대부분이 비행기 승무원이 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왜? 아이들 대답은 간단했다. "예쁜 여자들만 뽑히잖아요?" 미모는 권력이다. 이 여자아이들은 권력을 느끼고 싶은 거였다.

왜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한국 사람들은 성형외과로 달려가서 새로운 얼굴, 새로운 가슴, 납작한 배를 만들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열두 살 난 아들의 엄마로서, 나는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란다. 물론 나도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멋진 직업을 갖고 훌륭한 아내를 만나길 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나는 내 아들이 진실하고 온전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사회적 지위가 높은 기업 변호사직을 떠났다. 가끔 그 일을 두고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한다. 나는 돈 걱정도 않고 글 쓰는 일을 택했다. 내 아들은 내가 출판사들로부터 받은 수백 장의 거절 편지 묶음을 보았다. 서른여덟 살에 첫 소설이 출판되기까지 11년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뭐, 그래도 나는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경쟁에서 수십 번 밀려나고 실패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얻어내는 경쟁에서 승리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들 비율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자살률도 최고다. 반면에 출산율은 최저다. 왜 우리는 이처럼 극단적인가.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파멸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걱정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이 만약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간다면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거나 실패할 게 분명한 목표만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실은 수백 가지 선택이 가능한데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못 보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탄력적 사고로 바꿀 수 있을까. 유명한 운동선수, 이름난 음악인, 성공한 기업인이 더 많아져야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 외에도 수많은 다른 노력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성적표가 어떻든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한 것보다 자기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좋은 일은 거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그 좋은 일을 해야만 한다. 그게 진짜 승리다. 우리 한국인들이 함께 이런 승리를 일궈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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